뉴스에선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왔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고지서를 받아본 순간, 그 숫자는 내 일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전기요금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나의 생활 방식과 감정, 그리고 선택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 글은 요금 폭등 이후, 내가 왜 에너지를 다르게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변화의 기록이다.
1. 전기요금 인상이 삶에 던진 첫 번째 파문
① 1kWh의 무게를 처음으로 체감하다
전기요금이 오른다고 했을 때, 나는 “얼마나 차이 나겠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름이 시작되자, 냉방기 하나로 달라진 전기요금 고지서는 그 ‘차이’를 몸소 느끼게 했다. 숫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불안이자, 경고음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1kWh라는 단위의 무게를 느꼈다.
그날 이후, 나는 습관적으로 콘센트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안 쓰는 멀티탭을 뽑고, 전자레인지 시계 불빛도 끄게 되었다. 이전에는 한 번도 의식하지 않았던 조명이 이제는 ‘켜도 되나?’라는 판단의 대상이 되었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모든 행동에 내가 개입하게 된 것이다.
② 불편을 선택하게 된 이유
전기요금 인상은 나에게 ‘불편할 자유’를 안겨주었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틀고, 전기장판 대신 담요를 꺼냈다. 예전엔 불편함을 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불편을 감수함으로써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전기를 쓰지 않는 삶’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쓰는 삶’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편리’가 기본값이었다면, 지금은 ‘절제’가 나의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경제적인 선택이 아니라 ‘삶의 태도’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2. 전기 소비를 줄이며 바뀐 감정의 구조
① 나는 왜 갑자기 ‘절전광’이 되었나
요금이 오르자, 나는 ‘전기 사용량 줄이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절약 때문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이 나에게 게임처럼 느껴졌다. 스마트 계량기를 보며 “이번 달엔 얼마를 줄였지?” 확인하는 것이 작은 승리처럼 느껴졌다.
놀라운 건 이런 변화가 나의 ‘심리적 통제감’을 회복시켜줬다는 점이다. 물가 인상, 고정비 증가, 예측 불가능한 사회 속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단 하나가 ‘내가 켜고 끄는 전기 스위치’라는 사실이 의외로 큰 위로가 되었다. 절전은 나에게 ‘불안에 맞서는 방식’이 되어 있었다.
② 전기를 줄이자, 시간이 돌아왔다
TV를 줄이고, 조명을 줄이고,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자, 이상하게도 시간이 생겼다. 유튜브를 덜 보니 책을 더 읽게 되었고, 조명이 어두워지니 잠드는 시간이 빨라졌다. 무심코 쓰던 전기의 절반만 써도 하루의 리듬이 달라졌고, 그 안에서 나는 새로운 여유를 느꼈다.
과하게 말하자면, 전기요금 폭등은 나에게 ‘자연 리듬’을 되돌려준 계기였다. 햇살이 있을 때 움직이고, 어둠이 내리면 쉬는 삶. 인위적인 빛과 소리를 줄이니, 내 감각이 더 선명해졌다. 이 변화는 단순히 요금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과도한 자극에 둘러싸여 살았는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3. 에너지를 의식하며 사는 삶의 태도
① ‘남는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
전기를 줄이는 것과 함께, 내 안에 남은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도 고민하게 되었다. 절약한 돈을 모으는 재미도 있지만, 절약한 ‘감정의 여유’를 다른 데 쓸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는 그 에너지로 글을 쓰고, 걷고, 생각하고, 누군가와 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인 삶은 곧 ‘내 삶의 에너지’를 되찾는 일이기도 했다. 전기를 아끼며 감정도 아꼈고, 선택도 간결해졌다. 그렇게 나는 다시 ‘무엇을 위해 에너지를 쓰고 싶은가’를 묻는 사람이 되었다.
② 습관이 된 감각은 삶을 바꾼다
지금도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조명을 두 개가 아니라 하나만 켠다. 밤에는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잠자리에 든다. 전기요금 폭등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필요보다 많은 것’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감각이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필요와 욕망을 구분하는 감각’을 조금이나마 회복했다. 그 감각이 내 삶을 더 가볍게, 더 의식적으로 살아가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전기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답게 살기 위해 절전한다.
결론: 전기요금은 숫자가 아니라 신호였다
전기요금이 폭등했다는 뉴스는 나에게 단순한 비용이 아닌, ‘생활의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소비하는 에너지를 의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내 삶의 감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전기요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을, 감정을, 에너지를 더 잘 쓰기 위한 선택으로 절전을 한다. 나처럼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며 한숨 쉬었던 사람이라면, 그 한숨 너머에 있는 삶의 가능성도 함께 발견하길 바란다. 변화는 언제나 불편하게 시작되지만, 그것이 삶의 깊이를 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