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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미세먼지, 마스크 너머로 보낸 나의 하루

by sabujac-story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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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미세먼지 확인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

매일 아침, 하늘을 본다. 맑은 날이 드물다. 아니, ‘안심할 수 있는 하늘’이 드물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습관처럼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나쁨'이라는 글자를 보면 그날 하루의 감정도 함께 흐려진다. 이 글은 어느 한 사람의 일상이자, 수많은 도시인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마스크를 쓰고 숨을 참고, 회색 공기 속을 지나야 하는 하루를 기록해본다.

1. 출근길의 첫 관문: 하늘이 아닌 수치를 보는 아침

① 날씨보다 중요한 ‘공기질 앱’의 숫자

예전에는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구름이 예쁘면 사진도 찍고, 햇살을 즐기며 걸었다. 하지만 이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미세먼지 농도’다. 어플을 켜고 초미세먼지 농도와 대기오염 지수를 확인한 후에야 창문을 열지 말지를 결정한다.

미세먼지가 ‘나쁨’일 때는 운동을 포기하고, 마스크를 두 겹 챙긴다. 아침 햇살은 더 이상 반갑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위험 감수’가 되어버렸다. 그날의 하늘은 회색이었고, 내 기분도 그랬다.

② 마스크는 보호막일까, 거리감일까

출근길에 마스크를 쓰고 걷는다. 길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눈은 마주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마스크는 나를 보호하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세상과의 거리감을 만든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마스크 안에서 눅눅한 숨이 차오르고, 말하는 것도 불편하다. 하지만 벗을 수 없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연스럽게 숨 쉬는 날’이 얼마나 귀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미세먼지는 공기를 오염시켰지만, 나의 감정도 함께 오염시켜버렸다.

2. 도시의 공기 속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① 야외는 위험구역, 실내는 피난처

점심시간, 예전 같았으면 가까운 공원을 걷거나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나쁜 날엔 식당도, 카페도 ‘환기 상태’를 먼저 본다. 밖에서 먹는 걸 피하게 되고, 창문이 열려 있는 자리도 꺼려진다.

도시는 더 이상 나에게 열린 공간이 아니다. 보이는 모든 외부는 잠재적인 위협이 되었고, 실내라는 폐쇄된 공간만이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런 공간 속에서 우리는 안심하기보다 '덜 위험한 곳'을 선택하며 하루를 보낸다.

② 마스크를 벗는 순간의 낯선 감정

사무실에 도착해 마스크를 벗는 순간, 나는 기묘한 감정을 느낀다. 해방감보다는 공기와의 불신, 얼굴을 드러낸 불안이 섞인 기분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도, 서로의 거리와 얼굴 표정을 의식하게 된다.

마스크는 물리적 장벽이자 심리적 장벽이었다. 그리고 그 장벽은 점점 내 내면의 일상감각을 바꾸고 있었다. 이제는 누군가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는 것도 어색해졌고,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자주 잊는다.

3. 미세먼지와 함께 살아가는 감정 훈련

① 무력감을 이겨내기 위한 나만의 방식

미세먼지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 그 무력감은 자주 나를 지치게 한다. 하지만 나는 몇 가지 작은 실천을 하며 감정을 정돈하려 노력한다.

실내 공기청정기를 켜고, 공기정화 식물을 키운다. 출근 전에는 창밖을 잠시 바라보며 햇살이 있는지 체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날의 기분을 글로 적는다. 기후가 바뀔 수 없더라도, 나의 반응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② 회색 하늘 아래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오늘도 공기는 좋지 않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출근하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난다. 회색빛 도시 속에서도 작은 웃음은 피어나고, 조심스럽지만 연결은 이어진다.

미세먼지가 나를 짜증나게 하지만, 동시에 더 민감한 감각을 선물했다. 나는 오늘 하루를 더 조심히 대하고, 내 몸과 마음을 더 세심하게 다룬다. 이것은 피로감이지만, 동시에 생존을 위한 감정 훈련이기도 하다.

결론: 맑은 공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숨을 쉰다

미세먼지는 단지 건강 문제를 넘어서, 나의 하루를 바꾸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불편과 무력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의 감각도 발견하고 있다. 마스크 너머의 삶, 회색 공기 속 감정, 변화된 루틴과 감각. 이 모든 것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맑은 하늘을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는 숨을 쉬고 있고, 그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그것이면 오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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